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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칼럼] 영화평 - 「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」 (10호, 2014년 9월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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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운영자
댓글 0건 조회 1,047회 작성일 16-08-08 13:28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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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칼럼] 영화평 -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


결국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 대한 비판보다 큰 위로


박영흠 | 공공운수노조·연맹 조직국장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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요즘 쏟아지는 자기계발이나 긍정의 힘, 무엇무엇 하는 몇 가지 방법, 뭐 하기 전에 해야 할 몇 가지 뭐, 이런 것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. 현실의 팍팍한 조건을 마음가짐으로 돌파하라는 성공한 이들의 금언들은 말 그대로 우리를 괴롭히는 또 하나의 현실조건이 된지 오래이기 때문이죠. 그렇다고 현실의 스산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리얼리즘은 안 그래도 쇠잔한 우리의 정서를 더욱 칼같이 베어내기도하기에 요즘은 책한 권, 영화한 편 고르기도 참 어렵죠. 그래서 영화적 완성도와 별개로 <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>를 지지할 수밖에 없더군요.


 


월터는 SNS 프로필 공란을 채우기도 힘든 아주 평범한 직장인입니다. 그의 일은 저 유명한 라이프 매거진의 네거티브 필름을 관리하는 것인데, 때는 2000년대 중반 종이잡지를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, 그래서 라이프매거진이라는 거대한 잡지사도 경영난에 허덕이며 인력구조조정을 하게 되는 그 시점입니다. 이 월터라는 사람은 현실의 팍팍함을 자신의 공상 속으로 도피함으로써 견뎌내는 사람입니다. 그런 그에게 마지막 시련이 닥치죠. 라이프 매거진의 종간호 표지로 쓸 사진의 원본필름이 사라진 것입니다. 그리고 월터는 혹시 그 필름을 가지고 있을지 모를 사진작가를 찾아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, 그리고 안데스 산맥으로 모험을 떠나고 결국 그 여행의 끝에서 삶의 다른 단계를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. , 흔한 이야기입니다.


 


정리하자면 이 이야기의 주제는 삶의 위기에 닥친 소시민이여, 도전하라! 거기에 새로운 길이 있을지니!’라는 어찌 봐도 고리타분한 긍정주의입니다. 그런데 요즘 같으면 강아지도 안 웃을 이런 이야기에 무릎을 끓고 마지막에선 눈물도 줄줄 흘리게 만드는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. 어쩌면 이 영화의 표제나 홍보 포인트와는 반대로 이 영화가 가진 현실성의 힘 때문에 공감이 가능해져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. 영화 초반부의 <매트릭스><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> 패러디 장면으로 이루어진 월터의 상상장면이 허황하고 화려할수록 그의 비루하고 팍팍한 정리해고 대상자의 일상이 부각되고, 후반부 북유럽의 광활한 풍광에 압도될수록 지금 내 주위를 둘러싼 사무집기와 서류철들의 압박이 강해지는 것이겠죠. 그런데 결론에서 이 이야기는 그렇게 커져갔던 스케일과 배경을 한 순간에 점으로 축소시켜 우리의 손안으로 쥐어줍니다. , 당신의 몰락해가는 인생(LIFE)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너무 먼 곳에서 찾는 것이 아니냐, 당신의 주머니 속을 잘 뒤져보라고 얘기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. 그리고 우리의 비루해보였던 삶을 위무하는 종간호 표지 사진의 정체 속에서 우리는 뜻 모를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이죠.


 


혹자는 이 영화에서 미국의 천박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을 찾고 싶을지도 모릅니다. 구조조정이라는 경영의 실패를 노동에 전가하는 자본주의적 위기관리 방법에 대한 일말의 비판적 시각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, 이 지점은 종간호 표지 사진 만큼 맥거핀일 뿐입니다.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 영화는 진보적인 영화도 반자본주의적영화도 아닙니다. 다만 자본주의의 천박함 속에서 제 인생의 고결함을 지키지 못하고 종간되고 말 소시민 한명 한명을 위로하는 이야기일 뿐이죠. 제가 이 영화를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.


 
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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